책소개
상징 형식의 철학, 그리고 언어와 신화
카시러의 철학은 마르부르크 신칸트학파에서 출발한다. 그는 칸트 비판철학의 방법을 언어·신화·종교·과학·예술 등 인간의 모든 문화 형식에 확대 적용해 자신만의 문화철학을 수립한다. 이러한 사상은 주저 ≪상징 형식의 철학≫ 3부작에서 잘 드러난다. 제1부는 ‘언어’, 제2부는 ‘신화적 사유’, 제3부는 ‘인식의 현상학’이다. 이 책을 집필하는 데 몰두하던 시기 관련 논의를 간단하면서도 풍성하게 제시하는 책을 한 권 내놓았다. 바로 ≪언어와 신화≫다.
카시러의 언어관
카시러의 언어 연구에 대한 결론은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인간의 언어는 본래 사고나 사상이 아닌 감정과 감동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둘째, 인간의 언어는 신호의 차원을 넘어 상징의 차원에 있다. 셋째, 인간의 언어는 개념 세계에 대한 이해의 문을 열어 주는 열쇠다. 넷째, 인간 문화의 초기 단계에서는 언어의 시적이고 은유적인 성격이 논리적이고 추론적인 성격보다 우세했다. 다섯째, 인간의 언어는 신화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카시러의 신화관
카시러는 신화의 동기보다는 ‘기능’을, 내용보다는 ‘형식’을 탐구했다. 그는 신화가 여러 이미지와 상징 밑에 감추고 있는 ‘의미’를 연구하는 데 몰두했다. 과학의 관점에서는 신화가 한갓 망상이나 허구로 보이지만, 그 내면에는 과학의 세계보다 더 풍부한 의미의 세계가 들어 있음을 밝혀냈다. 추상화하고 분석해 분리하려는 과학과 달리 정서에 근거해 상모적(相貌的) 세계관으로 형성된 신화는 공감적이고 생명의 연대성에 기초한 생명 사회를 이루며, 신화적 경험 또한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고 객관화의 성격을 띠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언어와 신화의 관계
언어와 신화는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감탄사와 같이 분절화·굴절화가 덜 이루어진 원시적 언어의 단계로 소급해 갈수록 그것들의 관계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상상적이고 은유적인 말을 사용하는데, 이는 신화적 사유의 근본적인 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0자평
현대 문화철학의 창시자 에른스트 카시러의 ≪언어와 신화≫를 국내 처음으로 소개한다. 그는 인간을 상징적 동물로 규정하고, 언어·신화·종교·과학·예술을 상징 형식으로 제시했다. 각각의 상징 형식은 고유한 방식에 따라 세계를 담아낸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형식인 언어와 신화, 그것들의 관계를 이 책에서 규명한다.
지은이
에른스트 카시러(Ernst Cassirer, 1874∼1945)는 독일 태생의 유대인으로 베를린, 라이프치히, 하이델베르크, 마르부르크 등의 대학에서 수학한 뒤 베를린 대학 강사를 거쳐 1919년부터 함부르크 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1930∼1933년 유대인으로서는 최초로 같은 대학의 총장으로 재직했다. 1933년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하여 1935년까지 옥스퍼드 대학에서 강의했다. 이후 1935∼1941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1941∼1945년 미국 예일 대학, 1945년 임종 때까지 컬럼비아 대학에서 강의했다.
카시러의 철학 사상은 마르부르크 신칸트학파에서 시작한다. 칸트의 비판철학의 방법을 인간의 모든 문화 형식에 확대 적용해, 자신의 독특한 철학 사상인 문화철학을 수립한다. 그의 문화철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인간학적 물음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다. 그는 인간 문화를 상징(symbol)의 차원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카시러 사유의 밑바탕에는 인간이 ‘이성적 동물’이 아니라 ‘상징적 동물’이라는 관점이 들어 있다. 그의 대표작인 ≪상징 형식의 철학≫(전 3권)은 카시러 문화철학의 근간을 이룬다.
옮긴이
신응철(申膺澈)은 1969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숭실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가다머의 해석학을 연구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카시러의 문화철학을 연구하여 2000년에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 이후,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연구교수 사업에 선정되어 전남대 철학연구교육센터 학술연구교수(2003∼2006), 숭실대 인문과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2007∼2010), 연세대 미디어아트연구소 HK연구교수를 거쳐, 2013년부터 대림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철학, 문화해석학, 기독교문화학 분야의 연구를 수행했다. 지은 책으로는 ≪카시러의 문화철학≫(한울, 2000), ≪해석학과 문예비평≫(예림기획, 2001), ≪카시러 사회철학과 역사철학≫(철학과현실사, 2003), ≪문화철학과 문화비평≫(철학과현실사, 2003), ≪철학으로 보는 문화≫(살림출판사, 2006), ≪관상의 문화학≫(책세상, 2007), ≪기독교 문화학이란 무엇인가≫(북코리아, 2007) ≪문화, 철학으로 읽다≫(북코리아, 2010), ≪기독교철학자들의 문화관≫(북코리아, 2011), ≪20대, 이제 철학을 만나다≫(동문사, 2013) 등이 있고, 공저로는 ≪문화 이론과 문화 운동≫(세종출판사, 2008), ≪문화, 세상을 콜라주하다≫(웅진지식하우스, 2007), ≪예술, 인문학과 통하다≫(웅진지식하우스, 2008), ≪신화/탈신화와 우리≫(한양대학교출판부, 2009), ≪역사철학, 21세기와 대화하다≫(충남대학교출판문화원, 2015) 등이 있으며, 이 외에 다수의 논문과 기고문이 있다.
차례
영역본 서문
제1장 인간 문화의 유형에서 언어와 신화의 위치
제2장 종교적 이념의 진화
제3장 언어와 개념
제4장 말의 마술
제5장 종교적 사고의 연속적 국면
제6장 비유의 힘
찾아보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인간의 지식은 개념에서 시작하고, 개념은 정신 활동의 가장 주된 부분이다. 개념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항상 상징적 표현에서 절정을 이룬다. 하나의 개념은 그것이 어떤 상징 속에 구체화되어 있을 때에만 고정되고 유지된다. 그렇기 때문에 상징 형식에 관한 연구는 인간의 개념 형식을 푸는 열쇠를 제공한다. 그런 의미에서 상징 형식들−언어적 형식, 종교적 형식, 예술적 형식, 수학적 형식, 혹은 그 밖의 표현 방식들−의 기원은 정신의 오디세이아다.
―영역본 서문
신화·예술·언어·과학은 상징(symbol)이 된다. 다시 말해, 상징은 암시나 비유적 표현 수단으로 주어진 현실을 지시하는 단순한 표상이 아니라, 그 하나하나가 고유한 세계를 형성하고 위치를 정해 주는 정신적인 힘이다.
―16쪽